고혈압
고혈압은 병명이라기보다 하나의 증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혈압은 건강한 사람도 정신적인 흥분이나 운동으로 증가할 수 있고, 또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얼마 이상의 혈압을 고혈압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적으로는 일단 안정시에 측정한 혈압으로서 최고혈압(수축기 혈압)이 성인의 경우 150~160mmHg 이상, 최저혈압(이완기 혈압)이 90~95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취급한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정하고 있는 혈압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00mmHg ~ 60mmHg : 저혈압
140mmHg ~ 90mmHg : 정상혈압
140-160mmHg ~ 90-95mmHg : 경계역 고혈압
160mmHg ~ 95mmHg : 고혈압
원인
고혈압에는 최고혈압만이 높은 경우와 최고혈압 ·최저혈압 양쪽이 모두 높은 경우가 있다. 보통 고혈압이라고 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가 많고 전자, 즉 최고혈압만이 높은 경우는 심장에서 보내는 혈액량이 많아질 때와 대동맥의 탄력성이 감소되어 있을 때, 즉 어떤 종류의 심장판막증이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대동맥경화 ·대동맥류(大動脈瘤) 등인 경우이다.
보통은 후자의 최고 ·최저 혈압이 모두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기에는 고혈압을 일으킨 병을 알 수 있는 것(2차성 또는 속발성)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유전적인 요소를 가진 것(1차성 또는 본태성)이 있다. 숫자상으로는 본태성 고혈압이 압도적으로 많아 고혈압의 90~95%를 차지한다. 그러나 고혈압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본태성으로 생각되던 것 가운데서 원인 질환이 판명된 2차성 고혈압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본태성 고혈압증에는 유전하부(遺傳荷負)라는 것만이 비교적 확실한 것으로서, 부모가 고혈압증인 경우 자녀들에게는 60% 정도, 부모의 한쪽이 고혈압인 경우에는 20% 정도,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 아닌 경우에는 5% 정도의 비율로 고혈압이 나타난다.
2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신장질환(급성신염 ·만성신염 ·신우신염 ·수신증 ·신동맥협착 등)에 의한 것, 대혈관의 변화(대동맥협착증 ·말초혈관폐색 등)에 의한 것, 내분비성 질환(쿠싱 증후군, 갈색세포종, 원발성 고알도스테론증 등)에 의한 것, 기타 임신중독증을 비롯하여 극도의 정신불안이나 긴장상태에서 볼 수 있는 것 등이 알려져 있다.
증세
고혈압의 자각증세는 진단에 도움이 되나, 보통 가벼울 때는 진행이 정지하여 그 상태로 고정해 버리면 증세를 자각하기 힘들게 된다. 혈압이 갑자기 높아질 때나 오히려 고혈압의 초기에 많은 증세가 나타난다. 즉, 본태성인 경우 ‘양성고혈압증’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시작도 진행도 매우 서서히 이루어져서 10년 또는 20년이 지나 결과적으로 다른 기관에 장애가 나타난 다음에야 비로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발견될 때는 이미 환자의 혈압은 최저가 100을 넘어 120~130에 이르고 최고는 200 이상 300에 육박하기도 한다.
- 뇌신경성 증세
고혈압의 뇌신경증세로 가장 많은 것이 두통·현기증·이명(耳鳴)·흥분 등이며, 여기에 등이나 목의 결림 등이 따른다. 이것들은 고혈압 초기에 보이는 증세로서 이러한 증세의 발작시에는 혈압도 일시적이나마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발작 증세는 짧은 간격으로 자주 일어나 이윽고 혈압은 차차 발작이 없을 때도 계속 높은 상태에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두통(특히 조기에)·현기증·심박항진·호흡곤란·수면장애, 감정의 불안 등이 계속된다. 뇌의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기억력 감퇴, 반신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안저출혈에 의한 시력감퇴도 있다.
그러나 발작 때도 자각증이 가벼운 사람 또는 거의 없는 사람이 있으므로 고혈압의 유전이 의심스러운 가계(家系)인 경우 40세가 지나면 일단 자각증 유무를 불문하고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 심신증세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나게 되면 중요 장기(臟器)에 이상이 나타난다. 초기에 자각증세가 없던 사람도 이때쯤 되면 심박항진·호흡곤란·흉부압박감·심장동통 등이 발작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심장은 비대해지고 폐와 간에 울혈이 나타나며 하지(下肢)에 부기가 생기거나 심한 호흡곤란이 생긴다.
고혈압이 오래 계속되면 동맥경화도 조금씩 진행한다. 그러면 혈압은 더욱 높아지고 그에 따라서 동맥경화도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동맥경화는 전신, 특히 뇌·심장·신장에 일어나기 쉽다. 신장에 일어날 경우는 야간의 빈뇨증과 아침이면 얼굴이 부석부석하고 발이 붓는 등의 증세를 들 수 있다.
검사
고혈압 검사는 우선 혈압을 측정한다. 이때는 마음을 편안히 갖고 긴장하지 말아야 하며, 정상혈압과 고혈압 중간 정도에 있는 사람은 자주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긴장하기 쉬운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은 측정 전에 심호흡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안저검사(眼底檢査)를 한다. 이것으로 뇌에 가까운 망막에 있는 혈관의 경화를 직접 볼 수 있다. 그 정도에 따라서 경증(輕症)의 I도 및 II도, 중증(重症)의 III도 및 IV도로 구분한다.
심장의 검사에는 X선검사와 심전도(心電圖)가 있다. 심전도로는 협심증의 원인이 되는 심근(心筋)의 산소결핍 상태도 알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적어도 1년에 1~2회 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신장의 검사도 필수인데, 오랫동안 고혈압이 계속되어 병이 진행되면 소변에 단백질 또는 적혈구가 나오게 되고, 일반적으로 신장기능이 나빠지면 예후가 좋지 않아 고혈압의 치유가 어렵다.
치료
2차성 고혈압 가운데 원인이 분명한 것은 빨리 그 원인을 제거하면 고혈압은 완전히 치유된다. 그러나 2차성 고혈압인 경우에도 오래 계속되는 동안 신장·심장·뇌 등에 혈관장애가 생기면, 원인이 제거된다고 해도 고혈압이 치유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고혈압인 사람은 되도록 빨리 진료를 받아서 본태성인가 2차성인가를 확인하고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본태성인 경우에는 아직 그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대증요법을 실시한다.
- 혈압강하제
최근에는 작용기능(作用機能)이 다른 약이 여러 종류 발명되었으므로 혈압을 적절히 내리기는 상당히 쉬워졌다. 그러나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심장 ·신장 ·뇌의 상태를 조사해서 신중하게 써야 하며, 혈압이 내린 상태를 장시간 유지해 가기 위해서는 환자는 치료를 맡은 의사와 밀접하게 연락해서 정기적인 혈압의 측정과 검사를 실시하면서 참을성 있는 장기적 스케줄에 의해 치료해야 한다.
강압제(降壓劑)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받아서 복용해야 한다. 남용하면 때로는 심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 증세에 따라 진정제·혈관강화제(血管强化劑)·강심제(强心劑)를 병용하기도 한다.
- 보양
고혈압 치료는, 약물로 혈압을 내리기에 앞서 생활규제에 의거하여 일상생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혈압이 뜻대로 조절된다면 별지장 없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나, 고혈압을 완전히 추방해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평생 계속될 만성질환으로 보고 참을성 있게 병에 대처할 생활의 조정이 요망된다. 첫째는 정신적 안정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혈압상승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는 혈압을 더욱 상승하게 하며,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혈압은 지속적으로 더욱 상승하고, 마침내는 그 부담이 원인이 되어 신장혈관에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혈압은 점점 더 높아진다.
고혈압을 예방하고 또 진행을 막으려면 우선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기분전환, 다음으로 육체적인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 신체를 안정하게 하면 대부분의 고혈압은 내린다. 이처럼 고혈압은 완전하게 근치할 수 없는 만성질환이지만, 여간한 중증이 아니면 일을 중단하고 요양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은 유지할 수 있다. 밤샘을 하지 말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점심 후 약 30분~1시간 정도는 심신을 안정하게 하도록 하는 등 일반적으로 짧은 시간이나 시일을 두고 휴식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 야근이나 심한 경쟁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장을 고르도록 한다. 주치의의 판단에 따른 적당한 운동과 여행은 효과적인 기분전환이 되며, 너무 뜨겁지 않은 물이라면 목욕은 매일 해도 좋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는 여름에 혈압이 떨어지고 겨울에는 상승한다. 실내온도는 15℃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통변(通便)은 매일 하도록 식사 내용을 조절한다.
- 식이요법
고혈압 환자의 식사 주의점은, 살찐 사람은 살이 빠지도록 식사 내용을 제한한다. 폭음과 포식을 피하고 식사의 양은 정상량의 8할 정도로 한다. 한번에 많이 먹으면 일시적 현상이지만 식후에 혈압이 오를 우려가 있다. 그리고 동물성 지방을 가급적 적게 먹도록 한다. 콜레스테롤은 고혈압을 진행시키므로 이것이 많이 함유된 음식물을 제한한다. 즉, 난황 ·우유(탈지우유는 무방) ·버터 ·치즈 ·내장, 육류의 지방분, 오징어 ·새우 등을 제한한다. 또 식염(소금)을 제한한다. 고혈압 증세가 가벼울 때도 1일 10g 이상은 섭취하지 말아야 하며 필요에 따라 더욱 감량한다. 이 밖에 술 ·담배 ·커피도 되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신의 안정이나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될 정도면 가끔씩 하는 것은 무방하다.
고혈압 증세의 종국의 운명은 ‘뇌사(腦死)’라고 하여 뇌의 고장(뇌출혈 ·뇌혈전증 ·고혈압뇌증), ‘심사(心死)’라고 하여 심장의 고장(심부전 ·심근경색), ‘신사(腎死)’라고 하여 신장의 고장(요독증) 등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서양에서는 ‘심사’가 많고 동양에서는 ‘뇌사’가 많다. 최근 고혈압의 사인으로 동물에 함유된 지방의 양과 식염 섭취량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있다.
한의학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지는 않았으며, 음허양항(陰虛陽亢), 간양상항(肝陽上亢), 두훈(頭暈), 두통, 중풍, 정충, 흉비 등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혈압은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중풍을 유발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머리가 아프며 어지럽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머리가 무겁고, 목이 뻣뻣하며, 변비가 오고, 구역질이 나며, 잘 놀라고, 입이 마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고혈압의 치료를 충분히 받아 중풍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여야 한다. 특히 엄지와 집게손가락이 마비되거나 뻗뻗하여 사용하기가 부자유스러우면 3년 안에 중풍이 온다고 하였다.
고혈압은 음허(陰虛)하여 화(火)가 상충(上衝)한 것으로 말할 수 있는데 고혈압의 발병 원인은 신체의 음양평형(陰陽平衡)이 실조(失調), 장기간의 정신적인 긴장, 수면부족, 욕구불만, 지나친 음주, 자극성이 강한 음식, 과도한 육식, 영양과잉, 과식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리하여 심 ·간(心 ·肝)의 양기(陽氣)가 항진되며, 간 ·신(肝 ·腎)의 음이 허하여 화(火)를 발생하고 열로 되어 풍을 발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두통, 현훈(眩暈), 면적(面赤), 화가 쉽게 나는 등의 증세를 보이는데, 이는 간과 신장의 허손(虛損)에 의하여 간화(肝火)가 항성(亢盛)하여 음허양성(陰虛陽盛)의 증후를 일으킨 것이며, 중기에는 허실(虛實)이 복잡하게 나타나고, 후기에는 추위를 싫어하고 손발이 차며 양위 ·야뇨(夜尿) 등의 증세를 나타내는데, 이는 음허가 지속됨에 따라 신정(腎精)이 고갈되어 오는 음허증세를 겸발한 것이 많다.
치료에는 치풍지제(治風之劑)로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 등 풍열(風熱)을 없애는 것, 도적산(導赤散) ·팔정산(八正散) 등의 이뇨(利尿)시키는 것, 대시호탕(大柴胡湯), 도인승기탕(桃仁承氣湯) 등의 사하(瀉下)시키는 것들을 사용할 수 있고, 치화지제(治火之劑)로 황연해독탕(黃連解毒湯) ·삼황사심탕(三黃瀉心湯)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육울탕(六鬱湯), 치담지제(治痰之劑)로 습담(濕痰)을 제거하는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痲湯) ·청훈화담탕(淸暈化痰湯) ·청열도담탕(淸熱導痰湯), 치기지제(治氣之劑)로 성향정기산(星香正氣散) ·소합향원(蘇合香元) ·오약순기산(烏藥順氣散), 치허지제(治虛之劑)로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좌귀음(左歸飮) ·귀비탕(歸脾湯)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등을 증세에 따라 운용한다.
출처 : 네이버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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