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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

폭력 없는 학교’ 갈 길 멀지만 희망은 있다

by 금다빛 2012. 6. 2.

폭력 없는 학교’ 갈 길 멀지만 희망은 있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100일…현의 긍정적 변화들


오케스트라 덕분에 따돌림 받던 아이가 인기스타로 

울산 태화중학교에 다니는 A학생은 이 학교의 인기스타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그야말로 유명인사가 됐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당시 A학생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결석도 잦은 편이었다.


힘들어하던 A학생에게 학생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오미영 교사가 손을 내밀었다. 오 교사는 “수업시간에 보면서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교생활을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음악을 즐길 것을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페스티벌’에 참여한 학생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있다. 음악교육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자원봉사 페스티벌’에 참여한 학생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있다. 음악교육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그때부터 A학생은 서서히 달라졌다. 이제는 거의 매일,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오케스트라 연습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따돌림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오 교사는 “음악은 상처받은 아이를 치유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 있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전문 강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주 합숙교육 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강원학생교육원의 ‘나·우리 교육과정’에는 학교폭력 가해, 절도, 흡연 등의 경험이 있는 이른바 위기 학생들이 모인다. 지난 4월 1기 교육과정에는 27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4주간 합숙 교육을 받았다.


교육원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동시에 가족간 갈등 등으로 상처가 있는 아이들에게 처벌과 통제가 아닌 치유와 대안교육으로 다가간다. 입소생들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치회의에서 토론을 통해 규칙을 만들면서 분노조절을 배우기도 한다. 퇴소 전날 부모님을 초청해 진행한 세족식에서는 부모님의 편지를 읽고 뜨거운 눈물을 쏟으면서 감정이 순화하는 경험도 했다.  



 

강원학생교육원의 ‘나·우리 교육과정’은 상담 치유와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사진제공=강원학생교육원)
강원학생교육원의 ‘나·우리 교육과정’은 상담 치유와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사진제공=강원학생교육원)

김연숙 강원학생교육원 연구사는 “4주간 합숙교육을 받고 난 뒤 아이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분노가 완화되는 것을 느꼈다”며 “꿈도 없고, 폭력을 행사해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한 학생이 청소년지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퇴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물론 4주 교육과정에 아쉬움도 있다. 김 연구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교육원과 다른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며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원의 과제”라고 말했다.



복수담임제 도입 후 담임교사 1명이 17명 지도   

서울 동대문중학교 2학년 교실의 조례, 종례시간. 한 교실에 교사 한 명, 학생 17명이 마주한다. 2학년의 학급당 정원은 평균 35명이지만 수업시간이나 시험을 볼 때가 아니면 A반, B반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올 3월부터 2학년 8개 학급을 대상으로 복수담임제를 시행한 덕분이다.



정낙영 동대문중학교 교감선생님은 “담임교사 한 명이 학생 17~18명을 지도하다보니 학생수가 적어 아침에 등교하면 반 아이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어지면 교사와 학생간 대화 기회도 자연히 늘어난다. 사진은 ‘학교폭력 예방 대안 제시 세미나’에 참석한 교사들의 퍼포먼스 장면.(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담임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어지면 교사와 학생간 대화 기회도 자연히 늘어난다. 사진은 ‘학교폭력 예방 대안 제시 세미나’에 참석한 교사들의 퍼포먼스 장면.(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자연히 교사와 학생간 일대일 대화의 기회도 늘어났다. 정 교감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소위 문제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복수담임제 시행 후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복수담임제는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중 하나로 올 3월부터 본격 시행된 제도다. 학급의 학생수가 과다한 경우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어 담임교사를 추가 배치하도록 한 것이 기본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두 교사간 역할 분담이 애매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현실적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동대문중학교의 복수담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유는 좀 특별하다. 정 교감은 “교사마다 교실이 정해져 있고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러 해당 교실을 찾아가는 ‘교과교실제’ 도입으로 여유 교실이 있어서 한 학급을 A, B반으로 나눠 지도할 수 있었다”며 “일부 업무를 떼서 분담하거나 문제 학생만 전담해 맡는 식의 일반적인 복수담임제보다 효과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현장의 따뜻한 손길과 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현실적인 제도 등이 긍정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 100여일…갈 길 멀지만 

정부가 지난 2월 6일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 동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이 개정됐고, 16개 시도 교육청에는 학교폭력전담과가 신설됐다. 복수담임제가 도입되고, 피해·가해학생에 대한 치유·교육 프로그램도 확충됐다. 학교폭력 신고 대표전화인 117센터에는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월 한달 간 접수건수는 3592건으로, 올 1월 616건에 비하면 5배 이상 급증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피해학생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27.8%에서 59%로 늘어났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지난 4월 경북 영주에서 또래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자살하는 등 학교폭력 문제는 여전히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드러나지 않을 뿐 대책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폭력근절과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시스템을 얼마나 잘 실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 또 시들해질 수 있겠지만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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